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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동백서 꼭 지켜야만 할까

알달세놀 2022. 8. 30. 14: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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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이나 설과 같은 명절이 되면 대부분의 가정에서 '차례'를 지냅니다. 차례는 엄연히 기일 제사와는 다름에도 불구하고 제사와 차례를 구분하지 못하고 차례상을 제사상처럼 상다리가 부서질 정도로 풍성하게 차립니다. 요즘같이 물가가 치솟아 어려울 때는 더욱더 부담이 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상차림의 의미에 대해서 생각해보는 시간을 가지겠습니다.

 

제사 상차림의 법이라는 진설

진설이란 제사를 할 때, 상 위에 음식을 차리는 법을 의미합니다. 동쪽은 제관의 오른편, 서쪽은 제관의 왼편입니다.

 

- 좌포우혜 : 포는 왼쪽에, 식혜는 오른쪽에 둔다.

- 어동육서 : 어류는 동쪽에, 육류는 서쪽에 둔다.

- 두동미서 : 생선 머리는 동쪽에, 꼬리는 서쪽으로 향하게 둔다.

- 조율이시 : 대추, 밤, 배, 감의 순서로 둔다.

- 홍동백서 : 붉은 색깔의 과일은 동쪽, 하얀색 과일은 서쪽에 둔다.

 

홍동백서 상차림의 규칙은 없다
정부에서 권고하는 상차림의 규칙
홍동백서 상차림의 예시
위의 상차림을 차례상에 꼭 지킬필요는 없다.

 

하지만, 성균관 의례부장 박광영 님에 따르면, 이는 문헌에 근거한 것이 없는 그냥 그럴싸한 이야기에 불과하다고 합니다. 상다리가 휘어지는 차례상은 1960,70년대 이후에 서로 집안 뿌리를 양반인 양 과시하려는 문화가 잘못 정착된 것이라는 주장입니다. 따라서 진설 역시 양반의 후손이고자 하는 현대인들이 차별화를 위해 만들어진 가짜 규칙들의 모음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제사와 차례의 의미

제사라는 것은 조상에 대한 나의 뿌리에 대한 보답으로 일제강점기를 거치면서 제사문화는 많이 붕괴되었습니다. 박광영 의례부장에 따르면 실제로 돌아가신 분을 기리는 제사와 명절에 조상을 기리는 차례는 형식은 거의 비슷할지 몰라도 '차례'는 '간단히 지낸다'는 의미가 내포되어 있다고 합니다. 제사와 차례를 혼용해서 사용하다 보니 '홍동백서'라든지 '조율이시'라든지 하는 문헌에 근거한 것이 없는 이야기가 나온 것입니다.

 

제사와 차례와 같은 상차림은 어느 지역, 어떤 집안의 규칙일 순 있으나 전 국민이 따라야 할 이유가 없는 규칙들이라고 음식 문헌 연구가 고영 씨가 이야기하기도 했습니다.

상차림에는 홍동백서와 같은 위치가 없다

예로부터 우리 조상은 상에 올리는 제물에 대해 정해진 위치는 없었습니다. 다만, 과일은 후식이라 보고 가장 멀리 두는 것입니다. 요즘의 식생활에 맞게 피자를 차례상에 올린다고 한다면 떡을 놓을 위치 즉 생선을 두는 위치와 같은 라인에 두면 된다고 합니다. 예를 들어 홍동백서의 규칙에 따라서 과일을 배치한다고 했을 때, 과일의 흰색과 붉은색은 무엇으로 구분해야 하는지와 같은 의문이 생깁니다. 마찬가지로, 상에 올리면 안 되는 음식도 없습니다. 복숭아, 갈치, 참치는 안된다는 이야기는 사실이 아니라 관습이라고 보면 됩니다.

 

추석상차림은 간단하게
차례상은 복잡하게 말고 간단하게 준비해요.

 

여러 전문가들의 의견을 종합해보면, 기일 제사는 다소 집안의 규칙에 따라 정성을 다하는 문화가 있더라도, 명절 차례는 아침에 곁들여 술 한잔 올릴 정도의 음식을 준비하는 게 적당하겠습니다. 4인 기준 20만~30만 원 대의 상차림이 아니라 구할 수 있는 채소나 과일을 준비해서 올리면 명절 차례로 충분하다는 생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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